[글쓰기 멘토링] (형식편) 20강. 수사법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독자 설정 연습을 했는데요, 한 사람을 위해 쓰면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지요. 독자를 얻으려면 독자를 먼저 떨쳐내야 합니다. 이런 걸 역설이라고 하지요?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진리입니다. 잘 되는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의 메뉴를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잘 되는 식당은 메뉴가 하나뿐이죠. 많아야 두세 개…

독자 입맛에 맞추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글쓰기의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됩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서 이렇게 썼다. 읽을래? 말래? 이런 태도가 중요해요. 그러면 ‘찌질한’ 악플에 상처받을 이유가 없어요. ‘쌩까면’ 되니까요… ‘넌 내 독자가 아니거든?’ (‘김밥천국이나 가셈…’)

특정 인물을 떠올리고 그 사람 수준에 맞추어 정확하게 기술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단골손님이 되고, 입소문도 나고… 여러분은 맛 집 식당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자기만의 독자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제 글쓰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독자를 잘 설정하고, 그 독자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은 수사법에 관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수사법이란 말 그대로 문장을 꾸미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장을 꾸민다는 게 뭐냐… 문장을 화려하게 치장한다는 게 아니라 문장의 힘을 높이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연습한 게 바로 그거예요.

미스코리아 대회 나가면 누구나 떡칠 화장을 하죠… 화장 지우면 아무도 못 알아봅니다… 우리 글쓰기 멘토링의 목표는 쌩 얼 미인 만들기라고 했어요. 우리 미스코리아 대회(가령 문예공모전 같은 거…) 나갈 거 아니잖아요?

제가 기사 하나 인용했습니다.

한겨레 송호진 기자, “투우사의 패스축구가 이기다”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공수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FC바르셀로나)는 62개 패스 중 87%의 패스 성공률로 동료 발에 공을 먹기 좋게 갖다줬고, 러시아와의 4강전에서 스페인 선수 전체는 572개 패스 중 463개 패스를 실수 없이 전달했다는 걸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가장 기본이라지만 가장 어려운 ‘패스축구’(또는 기술축구)를 앞세워 지난 6월30일 끝난 유로2008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반적인 스포츠 기사와 조금 다릅니다. 혹시 눈치 채셨습니까? 수치가 많이 나오죠?   그래요, 62개 패스, 87%, 572개 패스, 463개…

문장을 꾸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렇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거예요. 그러면 문장의 힘이 확 삽니다. 572개 패스 중에서 463개를 실수 없이 전달했다는 한 문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일이 세어 봐야겠지요.

맞아요, 개고생해야 돼요. 아,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개. 고. 생.

저급 독자는 자극적인 것만 좋아해요.
저급 독자에 휘둘리는 작가는 맨 날 독자가 당장 좋아하는 것만 써요.
고급 독자, 말하자면 단골손님이죠. 이들은 작가의 의도를 잘 알고 그 글을 천천히 음미해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습니까? 저급 독자 천 명을 상대하고 싶어요, 아니면 고급 독자 열 명과 대화하고 싶어요?

우리가 알고 있던 문장 꾸미기는 멋있는 어휘를 동원하는 기술이지요? 수사법은 문장을 꾸미는 기술이 맞아요. 그런데 그 기술은 기교가 아니라 좋은 태도를 가리켜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 각 상황과 사건에서 설득의 근거를 발견하는 기술이라고 했어요. 설득의 근거를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거나 경험한 것을 쓰거나… 해야죠. 자기가 겪은 것, 이거… 힘 엄청 셉니다.

463개라고 쓸 수 있는 건 웬만한 노력 가지고는 안 됩니다. 눈알 빠지도록 경기를 되풀이해서 봐야만 가능한 거죠.

지난 시간에 위상수학과 기하학 설명하면서 인용했던 구절, ‘증명이 있어서 수학이 아름다운 것이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정확하기에 ‘알흠다운’ 수학.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습득하고 나면, 나중에 화려한 문장도 잘 쓸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정치사상가인 키케로는 이상적인 연설가의 조건으로…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설의 수준과 방법을 조절하는 능력을 들었어요.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이 뭐냐… 우리가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던 공감과 연민, 즉 인간의 보편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맞는 조절 방법이 뭐냐… 역시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던 독자 설정을 가리킵니다.

결국 그동안 우리가 익혔던 글쓰기 방법에 수사법이 모두 적용되고 있었던 겁니다.

전 글쓰기라는 것이 세상에 대해 좋은 것을 제안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는 이런 구절을 남겼어요.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이렇게 적히기를 원한다. <그는 많은 것을 제안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수사법을 좀 더 공부하면 환유, 제유, 반어, 풍자 같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런 건 따로 살펴보지 않고 그때그때 적절한 사례가 나올 때마다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희망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단테가 지은 <<신곡>>의 지옥편을 보면 지옥문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릴지어다.” 여기서 지옥은 죄지은 사람이 죽은 다음 가는 곳이 아니라, 희망이 없는 현실을 가리킵니다. 아무런 희망이 없다면 그곳이 바로 생지옥이죠. 희망이 없는 학교… 학생에겐 그곳이 지옥이고, 희망이 사라진 직장… 회사원들에겐 그곳이 생지옥입니다.

글쓰기는 고달픈 현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이와 공감하기 위해 설득력 있게 제안하는 일입니다.

제안하십시오! ‘무대뽀’ 정신으로 뻗대지만 말고 대신 설득력 있게 제안하세요. 그러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들이 여러분의 독자이며 여러분은 그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작가가 되는 겁니다.

총 20회에 걸쳐 다룬 글쓰기 형식편을 모두 마치고, 다음 주부터 내용편으로 들어갑니다. 21회 내용은 “신문과 글쓰기”입니다. 그런데 숙제가 있습니다. 지난 강의 대본 19회분을 한 번 쭉 읽어보고 다음 강의를 듣기 바랍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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