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멘토링] (형식편) 18강. 개요 짜기(3)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개요를 잘 짜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개념은 원래 추상적이기 때문에 ‘추상적 개념’이라는 표현은 동어반복이지만 그렇게 하면 이해하기 쉬우니 계속 쓰겠습니다.

구체적 대상이라 하면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사건 같은 것이고, 추상적 개념은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낙엽에서 쓸쓸함을 이끌어낼 수 있지요. 뜨거운 자판기 커피 한 잔에서도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 낼 수 있지요. 열정이나 뜨거운 사랑 같은 거 말입니다.

전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가 더 좋아요. 뜨거움이 열정이라면 미지근함은 침착함이거든요. 아직 젊은 나이지만 전 한 번도 격정적으로 산 적이 없어요. 초딩 때부터 애늙은이 같아서요… 처음엔 그게 콤플렉스였는데, 글쓰기 선생을 하다 보니 그게 제게 주어진 알맞은 삶이더라고요.

구체적 글감들을 펼쳐놓고 추상적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바꾸기 위해 화살표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고 저렇게 되니까 저렇게 되는 거… 혼자 보고 말글이 아니라면 독자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지요.

지난 주 방송 중에 0880 번호 쓰시는 분 글을 소개했지요? 고속도로-인생 (일단 올라타면 내려가는 길을 만나기 전까진 앞으로 달려야하니까) 부연 설명할 게 있습니다.

KBS <다큐멘터리 3일> “서민들의 인생분기점 구로역” (2008.7.19.)편을 봤는데, 취업준비생 신경식 씨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 박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있고 그게 인생인 거 같죠.”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직선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것 같지만 지도를 보면 고속도로 역시 완만한 곡선입니다. 야구 경기에서 ‘직구’와 ‘커브’가 있지요? 그런데 직구도 사실은 모두 커브입니다. 직구란 존재하지 않아요. 다만 커브보다 약간 속도가 빠를 뿐입니다.

직선 같은 인생은 없어요. 다들 굴곡 있는 삶을 살아가죠.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삶도 있고, 우여곡절 많은 삶도 있고요. 이런 사례들에서 어떤 추상적 개념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본질은 같다는 겁니다. 자기 혼자 유별난 삶을 사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서 추상적 개념을 잘 표착하고 그것을 글로 잘 표현하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요. 삶의 본질은 같으니까요. 이것을 보편성이라고 합니다.

맹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사람마다 모두 남에게 잔악하게 굴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선왕들은 차마 남에게 잔악하게 굴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차마 남에게 잔악하게 굴지 못하는 정치가 생겨났던 것이다. 차마 남에게 잔악하게 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차마 남에게 잔악하게 굴지 못하는 정치를 실시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그것을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선한 본성이 있어요. 남들을 돕고자 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입니다. 이것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서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삶의 보편성이 실재하기에 같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글은 이런 보편성을 표현합니다. 문학의 보편성도 바로 이러한 거지요.

이청용 선수 아세요? 축구팀 FC 서울의 미드필더. 방년 21세 청년이죠. 이 청년이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한 게 독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합니다.”

자신의 직업, 직장은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상입니다. 이청용 선수는 여기에서 추상적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외적인 성공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지요. 이청용 선수는 앞으로 국가대표팀을 이끌 정신적 지주가 될 겁니다. 글도 잘 쓰실 것 같아요.

개요 짜기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상적 개념을 찾는 겁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죠.

그저께 MBC “PD수첩“을 봤는데요, 김영희 마리아 수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조금만 돌아설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 같기도 하고요.
제가 배우 송강호 씨의 말을 인용한 적 있습니다. “관객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과 천만 관객을 움직이는 힘은 본질적으로 같아요.”

둘 다 비슷한 이야기이지요?

수녀님의 말을 들은 것은 구체적 경험(대상)입니다. 이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야 하는데요,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주어진 글감과 비슷한 구체적 대상을 좀 더 조사하세요.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면 꼬마가 엄마, 아빠를 찾아가는 과정이 기적처럼 펼쳐집니다. 엄마 아빠 모두 음악가인데 그 아들도 엄마아빠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태어납니다. 아빠와 아들이 우연히 광장에서 만나는데, 둘은 아직 부자간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이때 아빠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나쁜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음악 속에 담을 수 있으면 이겨낼 수 있어.”

두 장면 모두 ‘기적’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적에 관해 여러분이 스스로 개념 재규정을 해 봐야 돼요. 두 번째 시간에 ‘정의하기’ 연습을 하면서 개념 재규정에 관해 공부한 적 있습니다. 복습하세요.

기적 :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에 이렇게 나옵니다.
국어사전에 나온 상식적 개념 정의를 뒤집어 보라고 했지요?
전 이렇게 다시 규정했어요.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기적이 아니라, 상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게 진짜 기적이다.”

수녀님 이야기로 돌아가죠. 우리의 마음이 조금만 돌아서면 기적이 된다고 했지요? 정말 뻔한 이야기이지만 엄연한 진리입니다. 지하철 전동차가 들어올 때 어떤 사람이 선로에 떨어집니다. 승강장 바로 밑 좁은 공간에 끼입니다. 그러자 어떤 한 사람이 정차한 전동차를 옆에서 밀기 시작합니다. 무모한 시도이지요. 그게 움직이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본 옆 사람들이 하나둘 함께 전동차를 밉니다. 아직 전동차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승강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전동차를 밀자 기적처럼 전동차가 들썩거립니다.

힘을 합치면 더 큰 힘이 된다는 평범한 상식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평범한 영웅”편을 보세요. 오늘 제가 들려드린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러면 글감이 떠오를 겁니다. 방송 보면 이런 말도 나올 겁니다. “You too can be hero.”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빅게임’은 억지로 만들 수 없고, 자연스레 찾아오는 법이다.”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로이스터 감독이 한 말입니다. 평소에 한 게임 한 게임 충실하게 치르다 보면 빅게임도 나오고 명승부도 나오는 법이지요. 열심히,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좋은 글도 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글쓰기가 바로 그런 겁니다. 뻔한 것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일이죠!

다음 시간에 할 내용은 독자 설정하기 연습입니다. 무모하게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대신 당신 앞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세요. 그러면 기적처럼 세상이 바뀝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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